투석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이 가장 많이 여쭤보시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치킨을 먹어도 되나요?“입니다. 치킨은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투석 환자분들에게는 참 포기하기 어려운 음식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투석환자에게 치킨이 안전한지,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덜 위험하게 즐기는 방법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투석 환자에게 치킨이 문제가 되는 이유
투석 환자는 신장 기능이 크게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인과 달리 음식 속 특정 영양소를 스스로 걸러내지 못합니다. 건강한 신장은 혈액 속 칼륨, 인, 나트륨 등을 적절히 조절하여 소변으로 배출하지만, 투석 환자의 신장은 이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치킨에는 어떤 성분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치킨은 기본적으로 닭고기를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단백질 함량이 높습니다. 단백질 자체는 투석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과다 섭취 시 질소 노폐물(요소, 크레아티닌 등)이 혈액 속에 쌓여 요독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닭고기에는 인(phosphorus)과 칼륨(potassium)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어 투석 환자에게 위험한 고인혈증,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튀김 치킨의 경우 소금, 각종 양념, 소스가 더해져 나트륨 함량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치킨 속 인(phosphorus), 왜 이렇게 위험한가요?
투석 환자에게 인 관리는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신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는 과잉 섭취된 인을 소변으로 배출하지만, 투석 환자는 이 기능이 없어 혈중 인 농도가 쉽게 상승합니다. 혈중 인이 높아지면 칼슘과 결합하여 혈관, 심장, 관절에 칼슘 침착(석회화)을 일으키고, 이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닭고기 100g에는 약 200~220mg의 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치킨의 경우 닭고기 자체의 인 외에도, 가공 과정에서 첨가되는 인산염 첨가물이 큰 문제입니다. 냉동 치킨이나 마트에서 파는 치킨용 닭에는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인산나트륨, 인산칼륨 등의 인산염이 첨가됩니다. 이런 식품 첨가용 인산염은 장에서 흡수율이 자연 상태의 인보다 훨씬 높아(흡수율 약 90% 이상), 투석 환자의 혈중 인 수치를 급격히 올릴 수 있습니다. 대한신장학회는 투석 환자의 하루 인 섭취 권장량을 800~1,000mg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치킨의 칼륨과 나트륨 문제
인 못지않게 칼륨도 투석 환자에게 위험한 성분입니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칼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닭다리나 닭날개의 경우 100g당 약 250~280mg의 칼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혈중 칼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고칼륨혈증) 심장 부정맥이 발생하여 심각한 경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투석 환자에게는 매우 위험합니다.
나트륨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프라이드 치킨 1조각(약 100g)에 포함된 나트륨은 약 400~600mg 수준이지만, 양념치킨이나 간장치킨의 경우 소스에 포함된 나트륨까지 더하면 2조각만 먹어도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2,000mg 이하)을 훌쩍 넘기기 쉽습니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갈증이 심해져 수분을 많이 마시게 되고, 이는 투석 간 체중을 급격히 증가시켜 혈압 상승, 부종, 심장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투석 환자가 치킨을 덜 위험하게 즐기는 방법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위험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닭고기를 구매하여 집에서 조리하는 것입니다. 냉동 닭 제품이나 가공된 닭보다 신선한 생닭을 구매하면 인산염 첨가물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닭고기를 조리 전 물에 30분 이상 담가두면 칼륨 일부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으며, 삶아서 조리하면 인과 칼륨이 물로 빠져나와 함량을 낮출 수 있습니다.
부위 선택도 중요합니다. 닭가슴살은 닭다리나 닭날개에 비해 지방과 인 함량이 낮아 투석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소스나 양념은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후추나 허브 등으로 맛을 내는 것이 좋습니다. 시중 배달 치킨을 먹을 경우에는 소스를 빼거나, 후라이드 치킨 1~2조각 이내로 양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당일 다른 식사의 인, 칼륨, 나트륨 섭취를 최대한 줄여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또한 치킨을 먹은 날에는 인 결합제(calcium carbonate, sevelamer 등)를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함께 복용하면 장에서 인의 흡수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 인 결합제 복용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한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투석 환자의 닭고기 권장 섭취량
대한신장학회 및 대한투석협회의 식이 지침에 따르면, 투석 환자는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1kg당 1.2~1.3g으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60kg 성인의 경우 하루 약 72~78g의 단백질이 필요한데, 닭가슴살 100g에 단백질이 약 23g 포함되어 있으므로 하루 섭취량 내에서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킨을 포함한 하루 전체 식단에서 인, 칼륨, 나트륨의 총량을 관리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무리
투석 환자에게 치킨은 완전히 금지된 음식은 아니지만, 시중 배달 치킨은 인산염 첨가물, 높은 나트륨, 칼륨 등으로 인해상당히 주의가 필요한 음식입니다. 가능하면 신선한 생닭을 구매해 집에서 삶거나 굽는 방식으로 조리하고, 양과 빈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혈액 검사 수치(칼륨, 인, 나트륨)에 따라 허용 범위가 달라질수 있으므로, 치킨 섭취 전 반드시 담당 신장내과 의사 및 영양사와 상담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이 정보가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의 투석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께도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