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콩류와 견과류, 하지만 투석 환자분들은 “이것도 먹으면 안 되는 건가요?“라는 걱정부터 앞서실 것입니다. 실제로 콩류와 견과류는 인(phosphorus) 함량이 높은 식품군에 속하지만, 무조건 금지할 식품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입니다. 오늘은 콩류와 견과류의 인 함량과 투석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현명하게 섭취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콩류와 견과류가 건강식품으로 불리는 이유
콩류(두부, 두유, 검은콩, 병아리콩 등)와 견과류(아몬드, 호두, 캐슈넛, 땅콩 등)는 식물성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식이섬유, 마그네슘, 아연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일반인에게는 훌륭한 건강식품입니다. 특히 심혈관 건강, 혈당 조절, 염증 억제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풍부합니다.
문제는 투석 환자의 경우입니다. 콩류와 견과류에는 단백질만큼이나 인 함량도 높습니다. 건강한 신장을 가진 사람은 여분의 인을 소변으로 쉽게 배출하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투석 환자는 인 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혈중 인 농도가 빠르게 상승합니다. 따라서 일반인에게 ‘슈퍼푸드’인 식품이 투석 환자에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식품이 되는 것입니다. 대한신장학회는 투석 환자의 하루 인 섭취 권장량을 800~1,000mg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콩류별 인 함량, 얼마나 될까요?
견과류별 인 함량, 얼마나 될까요?
견과류는 소량으로도 인 함량이 높은 편입니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소량씩 섭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견과류 역시 콩류와 마찬가지로 피틴산 형태의 인이 포함되어 있어 체내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러나 견과류는지방 함량이 높아 소량만으로도 칼로리가 높고, 한 번에 과식하기 쉬운 특성이 있습니다. 견과류를 과식하면 인과 칼륨을동시에 과다 섭취하게 되므로 하루 한 줌(약 28g)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투석 환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콩류·견과류 가공식품
콩류와 견과류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이들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입니다. 가공 과정에서 무기 인산염이 첨가되거나, 소금과 양념이 추가되기 때문입니다.
주의해야 할 가공 식품 목록
- 콩과자, 콩강정: 설탕, 시럽, 소금과 함께 인산염 첨가물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두유 (가당, 과일맛 두유): 무가당 두유보다 나트륨과 첨가물이 훨씬 많습니다.
- 땅콩버터: 소금과 당이 첨가된 제품은 나트륨 과다 섭취로 이어집니다.
- 견과류 믹스 (소금 가미): 짠맛이 나는 견과류는 나트륨 함량이 크게 높아집니다.
- 두부 가공품 (두부 스테이크, 두부 면): 제조 과정에서 인산염 응고제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 콩 단백질 파우더(프로틴 보충제): 식물성 단백질 보충제는 인 함량이 매우 높으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 후 사용해야합니다.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영양 성분표의 인 함량과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고, 성분표에서 ‘인산’, ‘폴리인산’, ‘피로인산’과 같은 성분명이 보이면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리법으로 인 함량 줄이는 방법
콩류는 조리 방법에 따라 인 흡수량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견과류에 비해 콩류는 조리 과정에서 인을 상당 부분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콩류 인 줄이는 조리법
- 충분히 불리기: 마른 콩을 조리 전 8~12시간 이상 물에 불리면 피틴산과 함께 인 일부가 용출됩니다.
- 불린 물 버리기: 불린 물에 인이 녹아 나오므로 반드시 버리고 새 물로 조리합니다.
- 삶은 물 버리기: 콩을 삶을 때 나오는 물에도 인이 용출되므로 삶은 물을 버리고 사용합니다.
- 두부 데치기: 두부를 뜨거운 물에 1~2분 데치면 표면의 인과 나트륨이 줄어듭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자료에 따르면, 콩류를 물에 불리고 삶는 과정을 거치면 인 함량을 최대 30~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지만, 같은 식품이라도 조리 방법에 따라 인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견과류 섭취 시 주의사항
- 견과류는 물에 불리는 등 인을 줄이는 조리법이 제한적이므로 섭취량 자체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소금이 첨가되지 않은 무염 견과류를 선택합니다.
- 한 번에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먹기보다 한 가지씩 소량으로 섭취합니다.
- 식사 중 인 결합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견과류 섭취 시에도 인 결합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콩류·견과류 섭취, 이렇게 결정하세요
투석 환자에게 콩류와 견과류 섭취 여부는 개인의 혈액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 기준을 참고하여 담당 의료진과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혈중 인 수치 |권장 섭취 방향 |
|--------------------|-------------------------------|
|3.5mg/dL 미만 (정상 이하) |두부, 두유 등 소량 섭취 가능 / 견과류 소량 허용 |
|3.5~5.5mg/dL (목표 범위)|두부 소량 허용 / 견과류 하루 한 줌 이내 |
|5.5~7.0mg/dL (목표 초과)|콩류 최소화 / 견과류 섭취 자제 |
|7.0mg/dL 이상 (고인산혈증) |콩류·견과류 일시적 금지 / 인 결합제 용량 재검토 필요 |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투석 환자라면 두부, 순두부처럼 인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식품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투석 환자의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체중 1kg당 1.2~1.3g으로 일반인보다 높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무조건 줄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단백질과 인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무리
콩류와 견과류는 인 함량이 높지만, 무기 인산염 가공식품보다 체내 흡수율이 낮고 조리법으로 인 함량을 줄일 수 있어 무조건 ‘금지 식품’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혈중 인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섭취량과 조리법을 조절하며, 인 결합제를 올바르게 복용하는 것입니다. 콩류와 견과류를 먹을 때는 반드시 가공식품보다 원재료에 가까운 형태로, 소량씩, 조리 과정에서 인을 최대한 줄인 방법으로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투석 환자의 식이 조절은 단순히 특정 음식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이 정보가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의 투석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께도 꼭 공유해 주세요.

